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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회사에서는 성장하고, 어떤 회사에서는 소모될까

  • Writer: Michelle Lee
    Michelle Lee
  • Nov 27
  • 3 min read

Updated: Nov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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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8년 차 디자이너가 되었다. 에이전시에서 출발해 줄곧 스타트업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아왔고, 여러 선택의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지금 내가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문제”를 기준으로 다음 스텝을 결정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브랜드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은 나에게 늘 높은 난이도의 러닝 커브와 학습 기회를 동시에 줬다.


브랜드 디자이너의 성장은 흔히 회사의 성장 곡선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경험을 했다. 상승기 회사에서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한 적도 있었고, 반대로 정점을 지나 하락세의 브랜드에서 더 큰 성과를 만들었던 경험도 있다. 결국 디자이너로서의 성장 폭은 회사의 재정 상태보다는 어떤 시기에, 어떤 문제를 가진 회사와 만났는가에 더 크게 좌우되었다.



브랜드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할과 시각


그래픽 중심 업무와 달리 브랜드 디자이너는 종종 회사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부 팀과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며, 회사가 나아갈 그림을 시각적으로 정리해내야 한다.


그래서 실제 현업에서는 구조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초기 환경에 신입 디자이너가 투입될 경우, 기대한 만큼의 브랜딩 경험을 쌓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는 특정 조직의 문제라기보다는 초기 단계 특성상 즉시 성과가 필요한 업무가 우선순위로 밀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이 시기에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경험’과 ‘조직이 지금 필요로 하는 일’의 간극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디자이너가 필요해지는 시점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합류 타이밍은 회사가 지금까지의 관성으로는 더 이상 승부가 나지 않을 때, 즉 시장에서 One of them으로 머무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점이다. 이 시기 회사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고민할 수 있는 스케일 자체가 다르고, 성장의 폭도 크다.


링크드인에서 커피챗 요청을 받으면 종종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대표님들을 만나곤 한다. 브랜드가 최전선인 소비재가 아닌데도,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로고부터 고민하거나 브랜드 디자이너 채용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이 시점에서는 진정성 있는 기본 로고와 명확한 철학만으로도 충분히 출발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은 단순히 로고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회사 방향성과 가치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브랜드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확보된 뒤 진행하는 것이 훨씬 성공 확률이 높다.



회사와 디자이너의 타이밍


내 커리어를 돌아보면, 회사마다 느꼈던 도전과 성장의 포인트가 상당히 달랐다. 같은 포지션이어도 어떤 회사에서는 브랜드 기준을 새로 세우는 일이 필요했고, 또 어떤 회사에서는 이미 자리 잡힌 기준 속에서 확장과 고도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흐름을 경험하며 느낀 점은 단순히 ‘좋은 회사냐 나쁜 회사냐’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성장 경험을 결정짓는 요소는 결국 그 회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기였는가, 그리고 그 시점이 나의 전문성과 얼마나 맞닿아 있었는가였다. 브랜드는 즉각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와 일관성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회사가 처해 있는 타이밍과 맥락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뜻이다.


물론 어느 조직이든 장점과 한계가 공존한다. 중요한 것은 그 환경이 내가 목표한 방향성과 얼마나 맞닿아 있느냐다. 나 역시 오래 고민한 끝에 방향성이 다르다고 판단되면 대화를 시도했고, 조율이 어려울 때에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곤 했다. 이는 이직을 가볍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디자이너가 서로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시기를 찾는 과정에 가깝다.



연차별로 달라지는 성장 방식


주니어(1~3년 차): 경험의 폭을 넓히는 시기

스타트업 환경은 다양한 업무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시기에는 여러 팀과 협업하며 서비스 전체의 작동 구조를 이해해두면 이후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진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다. 간단한 형태라도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세워두고, 이를 기반으로 소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이 성장의 기반이 된다.



준시니어(3~7년 차): 문제 정의와 책임감

준시니어 단계에 들어서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 점차 늘어난다. 이 시기에는 브랜드나 디자인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이를 명확히 정의해 해결까지 주도해보는 경험이 큰 자산이 된다. 특히 브랜드적 고민이 많은 회사일수록 디자이너가 발휘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 시너지와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시니어(7년 차 이상): 방향성을 선택하는 시기

이 단계가 되면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을 더 경험하고 싶은지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생긴다. 나 역시 고객 접점이 많은 브랜드 문제를 풀고 싶어 B2B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했고, 디지털 프로덕트 중심의 환경을 넘어 오프라인 브랜딩까지 다뤄보고 싶어 커리어 방향을 조정했다.


이 시기의 핵심은 권한과 신뢰의 구조가 업무 속도와 역할에 적절히 맞아떨어지는가다. 이는 시니어일수록 실제 퍼포먼스와 팀 기여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회사를 판단하는 기준


  1. 브랜딩이 실제로 필요한 타이밍인가

  2. 브랜드 역할에 대한 조직의 이해도가 있는가

  3. 의사결정 구조와 목표가 브랜드 역할을 뒷받침하는가

  4. 조직 변화가 전문성을 일관되게 존중하는가


어떤 회사든 변화는 빠르게 찾아온다. 변화가 필요한 방향이라면 기꺼이 함께 고민해야 하고, 조율 가능한 범위라면 함께 더 나은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지켜야 할 구조와 내가 가진 전문성이 지속적으로 충돌한다면, 그때는 조직 내부가 아닌 더 넓은 시선으로 판단해보아야 한다.



브랜드는 개인의 성장 방향과 회사의 문제 정의가 맞물릴 때 가장 잘 작동한다. 나 역시 지금까지의 선택은 “내가 풀고 싶은 문제”와 “그 회사가 그 시점에 겪고 있던 문제”가 얼마나 잘 맞았는가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 글은 특정 회사를 평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브랜드 디자이너가 자신의 역할과 커리어를 더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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