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자이너가 AI와 일하는 법 (2) AI시대의 브랜딩
- Michelle Lee

- Oct 4
- 3 min read
Updated: Nov 27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까
생산성만 놓고 본다면 모든 직무가 그렇다. 필요한 모든 분야에 대해 경영자의 감이 높고 정교하게 파고들 에너지가 넉넉하다면, 이젠 거의 모든 일을 AI로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왔다고 본다.
그러나 디자이너가 생산성 맞은편에서 생각해야 할 가치, 크래프트맨십이 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찾는 따뜻함이며, 대중이 AI에 느끼는 거부감의 근원은 종종 생산자 측의 크래프트맨십(장인정신) 결여에 있다. 브랜드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생산성과 크래프트맨십 사이, 디자이너의 새로운 판단력
이 시대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어떤 AI를 어디에, 언제, 무엇에 쓰고 어디서 멈출지를 판별하는 일과, AI 생성 결과물의 질 자체를 높이는 일이다. 기술이 발전해 AI와 실제를 구분하기 어려워지지만, 동시에 그것을 구분하는 사람들의 눈도 함께 자란다. “대부분은 모를 것”이라는 기준에 기대면 결국 구색만 갖춘 one of them이 된다.
나는 AI 아티스트와 기존 아티스트의 경계가 이 지점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우리는 결과물만 소비하던 시대를 지나, 창작 과정과 작가의 서사까지 함께 향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AI가 인간 아티스트를 일괄 대체하기보다는, AI풍이 하나의 예술 양식으로 공존하는 사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AI인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AI 아트의 스케일과 압도감을 따라가기 힘들어질수록 스토리가 중요해진다. 중요한 건 AI 사용의 유무가 아닌, 고객 중심에서 비롯된 브랜드 철학적 타당성이다. AI를 사용했든 장인정신으로 한땀 한땀 그렸든, ‘이렇게 해야만 했던 이유’와 ‘이 길을 택한 배경’ 같은 브랜드의 철학과 감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공감하는 소비자층이 서서히 쌓인다.
AI 시대에서의 브랜드의 전략
Dove는 꾸준히 ‘다양한 미의 형태’라는 브랜드 철학을 고수해왔다. 그렇기에 AI에 “미녀를 그려봐”라고 했을 때 쏟아지는 전형적인 이미지, 즉 AI가 만든 전형성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AI의 편향을 교정하고 브랜드 철학을 강화하는 사례로 읽힌다.
Audi는 또 다른 접근을 택했다. 가상 비서를 기반으로 모델 ‘ai.leene’을 공개해, 음성으로만 존재하던 AI 어시스턴트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기존의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가상 비서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목소리만 존재했다면, Audi는 사용자가 상상으로 채워야 했던 영역을 시각화해 궁금증을 해소하고 감정적 연결까지 이어주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AI 어시스턴트이기에 AI로 생성하는 것이 맥락적으로 자연스럽고, 목적도 분명하다.


스토리와 경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
결국 핵심은 AI를 다루는 판단력이다. AI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AI의 인정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따라서 더 인간적이고,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며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남는다. 단순히 그래픽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스토리와 경험을 설계하고 그 안에 존재 이유(why)를 담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기획서대로 아웃풋만 내는 역할보다, 왜 이 디자인이 필요한지와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로드맵을 설계하는 역할로 성장할수록 강해진다. 경영의 사이클을 디자인 맥락에서 큰 그림으로 그려봤거나, 그걸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근본적으로 오지랖이 탑재된 제너럴리스트일수록 AI 시대를 수월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AI 시대에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원칙
무엇을 시킬지부터 정의한다 프롬프트는 요청이 아니라 업무지시서다. 사람의 시작과 사람의 마무리가 품질을 결정한다. 맥락(배경·목표·제약·현재 가설)을 먼저 제공해야 출력이 뾰족해진다.
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단 써보고 판단한다. 툴의 진입 장벽은 계속 낮아진다. 시도 → 평가 → 채택/폐기의 속도가 경쟁력이다.
보는 눈을 키운다 안목이 낮으면 디렉팅도 필터링도 불가능하다. 레퍼런스를 많이 보고 비교하며, 왜 좋은지 언어화한다.
디자인과 아트 영역에서는 고객 중심으로 AI 활용 여부를 판단한다 우리 브랜드는 인간적이고 사회공헌적인 성격을 지향하는가, 아니면 차가운 기술력과 스케일로 압도하는가. 생산성을 높여도 좋은 영역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 영역을 고객의 관점에서 구분해 판단한다.
AI가 바꾼 것은 인간의 생산성 뿐만 아니라 일의 형태이다. 회사의 경영자나 팀장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로드맵을 그리고 디렉션을 제시하며, 팀원이 길에서 벗어나면 툭툭 쳐서 다시 돌려놓는다. 결과물이 목적과 품질에 미치지 못하면 피드백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즉, 모두에게 매니지먼트와 판단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회사는 이제 한 사람을 채용함으로서 팀 하나를 채용하는 효과를 낸다. 개인은 자신의 AI 에이전트에 역할을 부여하며, 입력의 질을 높이고 출력의 책임을 진다. 이제 스스로가 “어떤 팀이 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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