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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서 실험하기

  • Writer: Michelle Lee
    Michelle Lee
  • Sep 22
  • 4 min read

Updated: Oc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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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부터 O2O 서비스인 마이클에서 일하고 있다. 마이클은 고객과 정비소 사장님을 연결하고, 고객에게는 더 편리하고 투명한 정비 경험을, 정비소에는 더 많은 고객과 성장을 제공하는 구조다. 고로, 서비스에 온라인(앱)과 오프라인(현장)이 공존한다.


마이클은 서비스 화면의 브랜딩보다 진짜 실질적인 고객 경험이 이루어지는 정비소 공간의 브랜딩을 선행 과제로 두었다. 나는 그 미션 아래 오프라인혁신팀에서 오프라인 브랜딩을 맡고 있다.



디지털에서 오프라인으로


시간이 지나 과거가 미화된 것일 수 있으나, 지금 미션의 난이도가 이전에 다뤘던 브랜드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디지털 기반 실험이 많아 비용과 리소스 부담이 작았다. 지금은 전국 정비소를 상대한다. 무엇이든 도입 → 배포 → 운영 → 회수까지 한 사이클의 마찰 비용이 크다. 여기서 비용은 현금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책을 따르는 파트너의 피로도, 내부 구성원의 인식 전환에 드는 에너지까지 포함한다.


그럼에도 실험과 검증 없이 결단만 내리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합의를 만들 수 없다. 오프라인 실험은 더 많은 설명과 맥락, 현장 적합성, 그리고 회수까지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인증 정비소의 탄생과 초반 제약


마이클 인증 정비소는 오프라인 뉴노멀을 함께 만드는 동맹 정비소다. 출발점은 “상위 1% 프로젝트”였다. 유저 데이터와 리뷰를 분석해 나온 고객 만족 포인트를 기준으로 새 운영 기준과 혜택을 설계해 모집했다. 단순 입점이 아니라, 누구나 마이클 정비소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현판, 포스터 등의 핵심 시각 장치를 필수 부착, 설치하는 정책까지 두고 있다. 한 마디로, 파트너의 강한 로열티가 뒷받침 돼야하는 프로젝트다.


초기에는 실험적 단계였기 때문에 고객에게 “여기가 상위 1% 정비소”라고 공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비소에 배포한 포스터의 메시지는 제너럴해졌고, 밸류 포인트도 “예약 정비의 편리함”에 치우쳤다. 정비소 고유의 강점 대신 ‘마이클 일반 홍보’가 전면에 나와 차별성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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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개 전환점과 명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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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류 정비소 200개 돌파를 앞두고 세일즈 확대를 위한 워크샵이 진행됐다. 사장님 니즈를 재정의하고 포지셔닝을 재정렬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이 워크샵을 빌어 상위 1% 정비소의 차별성을 가시화 할 수 있는 고객향 명칭 정의가 필수라고 제안했고, 공감을 얻어 “마이클 인증 정비소”로 전환되었다.


이 명칭을 제안한 이유는 그 본질이 신뢰에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노력과 투명한 과정 설명은 결국 “내 편의 정비사”라는 신뢰를 쌓는 일이다. 마이클은 그 신뢰 자산을 표준화해 공유하고, 명칭을 통해 가시화한다. 따라서 “마이클 인증 정비소”라는 이름 자체가 파트너에게 부여되는 혜택이자, 고객에게는 선택의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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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이후 오프라인 자산은 “왜 이것을 여기 두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모였다. 핵심 문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경험 전반을 신경 쓰는 정비소다. 이 정비소는 인증 기준을 통과했다. 고객은 이곳에서 구체적 혜택을 받는다.


명칭 변경을 통해 수많은 과제가 풀렸지만, 변화는 한 걸음 전진과 함께 지나온 수십 걸음을 수습하는 일이기도 하다. 포스터 교체, 상위 1% 인쇄물 전면 수정, 홍보물 업데이트, 이에 따른 각종 안내문 작성, 배포와 교체 일정 조율까지 티 나지 않지만 세심함이 요구되는 일들이 연달아 뒤따랐다. 명칭 선언 이전에 맥락 없이 배포된 자산은 회수했고, 그 비용은 학습비로 삼았다.


“메시지→자산→운영” 순서로 체계를 고정하면 이상적이겠지만, 말랑말랑 유동적인 스타트업 환경에서 고정이란 딱딱한 단어는 웬만해선 머릿속에서 지우는 게 좋은 것 같다. 변화의 흐름 앞에서 한 번 더 메시지를 점검하는 역할을 가져가고, 메시지를 정비해 문서화한 뒤, 그 문서를 기준으로 자잘한 액션을 실행하면서 동시에 전체 프레임을 잡아가는 방식으로 업무 방식을 다듬고 있다.



‘진열대’에서 ‘테이블’로: 동선 관찰 기반 전환


초기에는 마이클 진열대를 도입했다. 흩어져 눈에 띄지 않는 홍보물을 하나의 시각 포인트로 모으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 나는 여기에 향후 콘텐츠 운영의 베이스를 마련한다는 명분을 더했다. 그러나 메시지와 콘텐츠 정의가 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열대는 곧 비어 있는 틀이 되었다. 우려 했던대로 파트너의 피로와 방치로 이어졌다.


현장 방문을 거듭하며 답이 좁혀졌다. 정비소에서 고객의 대부분 시간은 대기실 의자에서 흘러간다. 벽면과 정비 라인에는 사실상 동선이 없다. 시선도 좌석 주변, 테이블 위에 머문다. 메시지와 경험이 모여야 할 곳은 벽이 아니라 테이블 위였다.


또 하나 분명해졌다. 홍보물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사이즈나 수량의 문제가 아니다. 제각기 다른 메시지를 동시에 쏟아내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강하게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메시지를 단일 초점으로 묶지 않으면 어떤 매체로도 존재감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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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테이블 경험 설계


테이블은 체험→정보→혜택이 한 번에 제공되는 작은 무대다.


  • 체험: 마이클 방향제 체험을 중심에 둔다. 대기 시간을 무의미한 시간에서 기억에 남는 향 경험으로 전환한다.

  • 정보: 3단 브로셔로 인증정비소의 정의, 차별점, 운영 기준, 보장 혜택을 항목화한다.

  • 혜택: 즉시 가져갈 수 있는 쿠폰과 굿즈, 안내물을 꽂이에 정리한다.


이렇게 체험→정보→혜택이 테이블 안에서 돌아가는 루프를 만들면, 포스터·굿즈·리플렛 등이 여러 곳에 흩어질 때보다 참여율과 회수율을 예측하기 쉬워진다.


테이블 중심 마이클존을 도입한 뒤 방문한 현장에서 대기실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방향제 향을 맡았을 때 마음속의 큰 짐이 내려갔다. 진열대는 생산과 배포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든 프로젝트였고, 이를 드롭하고 테이블용으로 전환을 기획할 때는 변화 비용을 감당하는 만큼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향이 먼저 말을 걸고, 브로셔와 혜택이 자연스럽게 뒤를 잇는 장면을 확인하며 전환의 방향이 맞았음을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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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제약과 현장 협력


오프라인·공간 기반 브랜드 디자이너는 보통 부스나 팝업처럼 기업이 소유한 공간을 설계한다. 그러나 O2O에서 정비소는 사장님의 공간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사장님이 거부감 없이 스스로 설치하고 운영을 지속하는 구조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정책과 가이드가 세심해야 한다. 그래서 설치물은 다음 제약을 만족하도록 설계했다.


  • 누구나 5분 내 설치 가능

  • 테이블 1곳 기준으로 구성품 5종 이내


마이클존은 조립 필요 없이 완제품으로 각 업장에 배송 됐다. 인증정비소 전환 이후 포스터 부착률과 자발적 협력이 높아진 걸 느꼈고, 고객향 차별점이 명확해졌다. 이는 현장에서의 유지 비용을 줄이고, 브랜드 메시지의 일관성을 올렸다.



실패와 회수에서 배운 것


  • 메시지가 먼저다. 설치물은 메시지를 담는 그릇이다. 그릇부터 늘리면 금세 비고 방치된다.

  • 관찰이 우선이다. 동선을 좁혀 테이블에 집중하니 체험·정보·혜택이 연결됐다.

  • 회수 비용도 학습비다. 한 번의 회수가 다음 배포의 정확도를 높인다.

  • 자발성은 브랜드 자산이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들수록 현장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오프라인 실험은 피로가 크다. 그래서 더더욱 메시지를 먼저 세우고, 그 메시지를 담을 최소 단위의 물리 자산을 설계한 뒤, 운영과 회수까지 포함한 한 사이클을 설계해야 한다. 무엇을 도입하고 무엇을 거둘지 판단할 때 중심 키워드가 머릿속에 선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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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by Michell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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