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자이너가 AI와 일하는 법 (1) 디자인 생산성
- Michelle Lee

- Oct 3
- 5 min read
Updated: Nov 27
AI가 디자이너의 세계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에 동감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특히 아이디어는 많고 손은 모자란 스타트업 환경에 있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는 해답이자 구원으로도 다가왔을 거라 생각한다.
글에 앞서, 나는 프롬프트 장인이 아니다. AI 전문 디자이너가 생길 정도고, AI가 프롬프트를 이해하는 (소위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문해력이 점점 좋아지다보니, 나의 프롬프트를 공유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기법보다 운영 철학이다. AI를 팀으로 보고 역할을 맡기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키우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업계 특성과 각자가 주력하는 스타일에 따라 AI 활용 범위는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이 글에서는 이미지 생성과 창작 보조에 집중해 보려 한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보통 내가 원하는 그림이 명확하다. 그래서 “모두 흩어져서 내가 원하는 걸 찾아와”식으로 업무를 지시한다. 이미지 생성 AI는 서술형보다는 키워드 중심으로 프롬프트를 던지는 게 정확도가 높다. 또한 툴마다 특유의 화풍과 장단점이 더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툴을 병행하여 취할 것만 취하는 것이 좋다.
제품 사진과 목업 합성
레퍼런스 충실도가 높은 엔진을 활용하면, 스튜디오 배경과 제품 컷을 합성해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은 듯한 제품 사진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특히 Gemini가 ‘나노바나나’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던 2.5 모델은 제품 사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레퍼런스 이미지 훼손도가 0에 가까워졌고, 그동안 GPT 계열에서 보이던 텍스트 뭉개짐, 제품 비율 왜곡, 특유의 클레이 텍스처 문제를 현저히 줄였다. 스튜디오 배경 사진과 제품 사진을 주면 동일한 스튜디오에 제품이 올려진 컷까지 합성이 가능해 실제 제품 사진 제작에 매우 용이하다.
Gemini 목업 프롬프트 생성 팁
기준 배경 준비: 사용할 배경판을 실제로 제작하거나 원하는 레퍼런스 이미지 준비하기
제품 사진 촬영: 목업에 필요한 카메라 높이와 방향을 고려하여 제품 사진을 촬영하기
명확한 삽입 요청: 프롬프트에 "배경판 A에 내 제품 B를 삽입해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청
디테일 명시: 조명, 카메라 앵글 등 원하는 수정 사항이나 발생 가능한 문제 예방 체크를 프롬프트에 포함하기
후처리: 노이즈 추가, 대비감 조정 등을 통해 “너무 매끈해서 가짜 같은” 느낌 줄이기


인물 사진
스타트업에서 가장 큰 리소스 제약이 있었던 영역은 인물 사진이었다. 웹사이트, 홍보물, 설명서, 사용 가이드, 제품 사용 예시 이미지 등 사용자와 연결성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지만, 모델 섭외부터 촬영 장소, 장비, 일정 조율까지 시간과 비용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인물 사진 생성에서 관건은 ‘불쾌한 골짜기’다. 얼굴만 자연스럽다고 끝이 아니다. 조명과 조도, 배경의 깊이감, 주변 오브젝트까지 감도 있게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좋은 인물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물 사진에 있어서 만큼은 유료 툴까지 적극 탐색한다. 엔진의 발전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Gemini의 레퍼런스 이해도는 인물 사진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하나의 모델 이미지를 기반으로 다양한 포즈와 각도, 착장을 적용해 여러 컷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도비 포토샵 베타 버전에도 Gemini (나노바나나) 모델이 추가되면서, 이제는 Gemini 사이트를 오가며 번거롭게 작업할 필요가 없어졌다. 포토샵 작업 과정에서 쓸 수 있으니 훨씬 자연스럽고 간편하다.



내 경험상 조금 더 ‘창의성 있는’ 이미지 생성에는 Midjourney가 가장 자연스럽고,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한다. 프롬프트 이해력이 특별히 높아서라기보다는, 우연히 만족스러운 이미지가 나왔을 때 그 결과를 토대로 여러 차례 변형·재생성을 반복하며 원하는 결과를 찾아가는, 일종의 확률 싸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길고 자세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보단 전체적인 그림을 설명하는 간단한 프롬프트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
참고로 Midjourney는 인물 사진에서 손이나 디테일 뭉개짐 현상이 가장 많은 생성 툴 중 하나다. 길고 치열한 손가락 씨름(?)과 후처리를 감수하면서도 감도 높은 결과물을 위해 찾게 되는 엔진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Dreamina(유료)도 쓰고 있는데, 인물 구현력이 뛰어나고 특히 동양인 얼굴을 우리 눈에 편안하게 만든다. 프롬프트 이해력도 높다. 프레임에 포함하고 싶은 자동차 모델명이나 스마트폰 모델명을 명시하면 형태도 꽤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직접 촬영이 필요한 경우
AI가 실사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은 한계가 있다. 고반사, 투명, 미세 텍스처처럼 재질과 물성 재현이 어려운 제품인 경우, 또는 정밀 규격이나 사이즈 표현이 중요한 제품인 경우는 스튜디오에 맡기거나 직접 촬영하는 편이 더 낫다. AI와 씨름하는 데 드는 시간 비용이 실제 촬영 비용을 넘어서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상상력의 확장

어도비 턴테이블
그동안 어도비가 AI 기술로 선보여온 기능들은 디자인 툴에 직접 결합되었다는 유리함 비해 내겐 직관성이나 편의성 면에서 크게 와닿지 않았다. 포토샵의 Generate Fill 기능만 봐도, 어도비 자체 모델보다 파트너인 Gemini 모델을 활용했을 때 프롬프트 이해도가 훨씬 뛰어나다는 점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Illustrator의 턴테이블 기능만큼은 획기적이었다. 한 장의 키 아트로 캐릭터 턴어라운드나 다양한 일러스트 변주를 손쉽게 뽑아낼 수 있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확장되었고, 특히 내가 약점을 느끼던 공감각 영역까지 보완할 수 있었다.
실제로 마이클 일러스트 스타일 안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그래픽 세트를 마련해뒀는데, 실제 적용 상황에서는 다른 각도의 이미지가 필요했다. 이때 턴테이블 기능을 활용했는데 완성도와 일관성이 모두 만족스러웠고, 포스터 제작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픽이 단순할수록 깨짐 현상은 줄어든다.

Image to video
비슷한 예로, 캐릭터의 다양한 포즈를 시뮬레이션할 때 예전에는 모든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봐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본 이미지를 넣고 프롬프트를 통해 간단히 애니메이션화해서 장면을 만들어볼 수 있다.
완성도 높은 영상이 아니어도 된다. 캐릭터의 실루엣만 파악해도 충분하다. 그 과정에서 신체 움직임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다.
![Midjourney/ Prompt: [Starting Frame] Excited thumbs up](https://static.wixstatic.com/media/3fa891_218d361ccb0847078d9432665182506d~mv2.gif/v1/fill/w_980,h_735,al_c,usm_0.66_1.00_0.01,pstr/3fa891_218d361ccb0847078d9432665182506d~mv2.gif)
AI 사용이 어려웠던 사례
우리만의 디테일과 스타일을 유지해야 할 때
3D 아이콘 에셋화를 시도할 때 한계를 느꼈다. 캠페인 단발 요소 몇 개를 제작하는 데는 어느 정도 유용하지만, 브랜드 아이콘 체계로 확장하려 하면 일관된 품질이 쉽게 무너졌다. 요구 오브젝트가 늘어날수록 초기 프롬프트에서 점점 멀어지고, 생성형 특성상 제너럴함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특히 미들 사이즈 이상으로 쓰이는 3D 아이콘은 텍스처와 디테일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아주 섬세한 디자인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데 이런 디테일을 AI로 정확히 구현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은 아직까지 쉽지 않은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시도한다면, 원하는 아이콘의 스케치를 보다 명확히 준비하고, 조명, 카메라 앵글, 색상 등 핵심 특성을 프롬프트에 구체적으로 명시해볼 것이다. 또한 아이콘 세트 생성에 최적화된 엔진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AI를 쓰지 않는 영역
AI가 유행시킨 양식은 가급적 지양한다
GPT의 네 컷 만화 밈, 지브리 풍, GPT 상용화 이후 물살을 탄 제목 앞 이모지 같은 관습이 대표적이다. AI풍을 노리고 하는 마케팅 콘텐츠라면 오히려 트렌디하게 활용할 수 있겠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전달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AI 사용 자체가 브랜드의 신뢰와 정체성을 해칠 때
예를 들어, 파트너가 인터뷰에는 응했지만 얼굴 공개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 경우 설령 허락을 받았다 해도, AI로 만든 파트너 얼굴 사진을 통해 고객에게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을까? 생성형 결과물을 대중 앞에 내보일 때일수록 더욱 치밀하게 그 퀄리티와 적합성을 판단하고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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